
전쟁이 남긴 단절, 한강 위의 기억을 걷다한강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계를 가르는 물줄기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기억이 스며든 공간입니다. 강 위에 놓인 다리들은 단순한 교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한강철교는 근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상징적으로 품고 있는 장소입니다. 특히 1950년 6월 28일, 한국전쟁 초기 서울 방어를 위한 군사적 결정으로 한강철교가 폭파되었던 사건은 단순한 교량 파괴가 아니라 민간인 대피 실패, 수도 서울의 급작스러운 함락, 그리고 수많은 피난민의 죽음이라는 참극을 남긴 비극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오늘날 그 폭파 지점은 복구되어 다리가 새로 놓였지만, 그곳에는 더 이상 기억의 표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수많은 다리 중 하나로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