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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단, 조선 왕조의 제례가 숨 쉬는 도심 속 제사 공간

경복궁 옆, 사람들이 놓치고 가는 ‘또 하나의 궁궐’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광화문 광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화려한 경복궁과 함께 조선의 웅장한 왕실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들이 연이어 나타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경복궁에만 집중하는 사이, 그 바로 옆에 있는 ‘사직단’은 조용히 잊혀지고 있습니다. 외형은 단출하고, 입구도 눈에 띄지 않아 자칫 지나치기 쉽지만, 이곳은 조선 왕조가 국가의 안녕과 백성의 평화를 기원하며 가장 중요한 제례를 올리던 곳입니다.사직단은 단지 궁궐 옆의 공원이 아닙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을 세우며 동시에 조성한 국가 제례의 핵심 공간으로, 왕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종묘와 더불어 ‘국가 운영의 정신적 기둥’이었습니다. 사(社)는 토지신을, 직(稷)은 곡식신을 의미하는데,..

서소문 성지 역사공원,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의 기억

도심 한가운데 숨겨진 역사, 서소문 밖 형장서울 중구 서소문로 일대, 오늘날 서울시청과 남대문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바쁘게 오가는 직장인들과 차량들로 분주한 도심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아래, 잘 정돈된 공원처럼 보이는 공간 속에 조선 후기의 무거운 역사가 고요히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서소문 성지 역사공원입니다.서소문은 조선 시대 ‘4대문’ 밖 주요 출입로 중 하나였으며, 형장과 참형 집행지가 있던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천주교 박해가 극심했던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 등에서 많은 순교자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늘날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서소문 밖 순교성지’로 공식 지정한 이곳은, 이제 종교를 떠나 서울의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 유산이..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조선과 세계가 만난 흔적

조선과 외국 문명이 처음 맞닿은 장소, 양화진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강을 따라 펼쳐진 조용한 언덕 위에 위치한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은 많은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묘지가 아닙니다. 양화진은 조선이 서구 문명과 본격적으로 맞닿기 시작한 19세기 후반, 그 격동의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개항기 이후 조선에 들어온 수많은 외국인들, 특히 의료, 교육, 출판, 여성 인권 등의 분야에서 활동한 개신교 선교사들이 생을 마친 뒤 묻힌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한국 땅에 자신의 삶 전체를 바치고도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잠든 이 묘원은, 서구 문명과 조선이 충돌하고 접촉했던 공간이자,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역사문화 유산입니다.오늘날 양화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