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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뒤편, 서대문형무소 자락에 숨겨진 장소들

경희궁 너머,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 있습니다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경희궁은 여러 궁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곳입니다. 조선 후기 궁궐이었던 이곳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머물렀던 공간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다른 궁궐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경희궁 뒤편, 곧 서대문 일대로 넘어가면 서울 시민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역사적 장소들이 숨어 있습니다.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가 조성되면서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공간 중 하나로 변모하였고, 이후에도 도시 개발 과정에서 잊혀지거나 훼손된 수많은 장소들이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공원과 기념관, 아파트 단지 등으로 바뀌었지만, 그 아래에는 독립운동과 투쟁, 억압과 수용, 저항과 기록의 역사가 켜켜이..

동십자각과 종묘 사이, 사라진 거리의 기억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사라진 길을 기억하십니까종로3가와 율곡로가 만나는 지점, 동십자각이 서 있던 자리 앞을 걷다 보면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육각형 건물을 마주하시게 됩니다. 바로 ‘동십자각(東十字閣)’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저 교통섬이나 고풍스러운 구조물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이 건물은 조선 시대 한양 도성의 정중앙, 그것도 국가의 길과 제사의 공간이 만나는 지점에 세워졌던 매우 상징적인 장소였습니다.오늘날 동십자각은 종묘와 창덕궁을 오가는 차들 사이에 고립되어 있고, 그 앞을 걷는 시민들 대부분은 이곳이 왕실의 제례 행렬이 지나는 중심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치곤 합니다. 동십자각과 종묘 사이의 거리에는 실제로 ‘길’이 있었습니다. 왕이 걷고 백성이 절하며 제례가 이어졌던, 지금은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