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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오패산 자락, 좌우 지식인들이 은신했던 문화사회의 쉼터

조용한 산자락에 깃든 ‘지식인의 은둔처’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오패산은 오늘날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은 소박한 산입니다. 낙산과 북악산을 잇는 이 야트막한 산은,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아 도심 속 자연공간처럼 느껴지지만, 이곳은 과거 지식인과 예술인, 종교인들이 은밀히 모여 사유하고 창작하던 서울 지성사의 숨겨진 거점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혼란기, 오패산 자락은 단순한 은신처 그 이상이었습니다.서울 도심에서 살짝 비껴난 성북동 일대는 행정적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던 도시의 가장자리였습니다. 1930년대부터 이곳에는 검열을 피해온 언론인, 문인, 학자, 종교인 등이 조용히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활동을 공식적으로 이어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고 지식의 끈을 이어..

혜화동 예수성심신학교, 일제의 감시 속 민족 교육의 거점이었던 성소의 공간

북촌 끝자락, 신학교의 침묵 속에서 피어난 의지서울 종로구 혜화동, 번화한 대학로와 낙산 사이에 자리한 예수성심신학교는 오랜 시간 동안 일반 시민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공간입니다. 지금은 성직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라는 명칭 아래 조용히 기능하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이곳은 단순한 종교 교육시설을 넘어 서울 한복판에서 민족성과 지식의 맥을 이으려는 저항의 거점이자 교육의 최후 보루였습니다.이 학교는 1931년, 경성교구 초대 교구장이던 노기량 주교의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초창기에는 성직자 양성을 주목적으로 했지만, 시대 상황은 그 목적을 훨씬 더 넓게 만들었습니다. 신앙과 학문을 동시에 담아내는 공간이었던 예수성심신학교는 조선인 신학생들에게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닌 지식인으로서의 사명을 일깨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