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산자락에 깃든 ‘지식인의 은둔처’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오패산은 오늘날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은 소박한 산입니다. 낙산과 북악산을 잇는 이 야트막한 산은,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아 도심 속 자연공간처럼 느껴지지만, 이곳은 과거 지식인과 예술인, 종교인들이 은밀히 모여 사유하고 창작하던 서울 지성사의 숨겨진 거점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혼란기, 오패산 자락은 단순한 은신처 그 이상이었습니다.서울 도심에서 살짝 비껴난 성북동 일대는 행정적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던 도시의 가장자리였습니다. 1930년대부터 이곳에는 검열을 피해온 언론인, 문인, 학자, 종교인 등이 조용히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활동을 공식적으로 이어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고 지식의 끈을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