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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뒷골목,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회합지였던 생존의 거리

화려한 전통시장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오늘날 광장시장은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한복, 원단상점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화려한 시장의 전면에만 주목한 나머지, 이곳의 뒷골목이 한때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이 은신하고 회합하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광장시장의 진짜 이야기는 그 화려함 뒤편, 좁고 음습한 골목에서 시작됩니다.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부터 조선 전역에는 항일 의식이 강해졌고, 서울은 그 중심지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조선을 병합한 뒤 식민 통치를 강화하면서 감시망을 서울 시내 구석구석에 펼쳤고, 이에 따라 독립운동가들은 공개적인 공간이 아니라 익명성이 높은 장소를 선택해 모임과 전달, 전략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광장시장 주변은 ..

서울 옥인동 우물골, 조선 수도의 생활수 공급지와 터전의 기억

조선의 수도, 물을 찾아 터를 잡다서울 종로구 옥인동은 경복궁 서편, 인왕산과 맞닿은 서촌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동네입니다. 지금은 고즈넉한 한옥과 카페,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로 인식되지만, 조선시대 이곳은 서울 시민들이 생존을 위해 찾아오던 '물의 마을'이었습니다. ‘옥인(玉仁)’이라는 이름 자체가 맑고 귀한 물에서 유래되었으며, 실제로 이 지역에는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가 흐르던 골짜기와 샘터들이 곳곳에 분포해 있었습니다.당시 한양은 하천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긴 했지만, 마시는 물과 생활용수는 별도로 관리되어야 했습니다. 강물은 수질이 불안정했고, 음용수로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물이나 약수터, 계곡수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했습니다. 옥인동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안정적이고 풍..

서울 한강진역과 미군기지, 분단과 냉전의 도시 흔적

도심 속 경계 공간, 전쟁이 남긴 무형의 지층서울 한강진 일대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복합적 공간입니다. 지도상으로는 강북과 강남을 잇는 요지이며,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지만, 이곳이 겪어온 역사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이 일대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경계가 생기고, 일상과는 동떨어진 도시 기능이 이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한강진역과 미군기지가 있었습니다.이 지역은 원래 한양 도성의 외곽이자 농촌에 가까운 성저마을의 성격을 지녔으며, 일제강점기 이후 철도 교통의 도입과 함께 서서히 도시화가 진행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분단 체제가 고착화되자, 서울은 정치·군사적으로 재편되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