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형무소와 그 주변의 숨은 역사 공간들
서대문 형무소, 한 도시가 간직한 가장 어두운 기억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 형무소는 단순한 감옥이 아닙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투옥되고 고문당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자,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1908년, 조선총독부가 조선 통치를 본격화하던 시기에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곳은 이후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서울형무소’ 등으로 명칭이 바뀌며 계속 운영되었습니다.특히 3·1운동 이후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가 이곳에 수감될 만큼, 일제의 탄압 중심지로 기능했습니다. 유관순 열사가 이곳에서 순국하셨으며, 안창호, 여운형, 이봉창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7개의 사동과 독방, 고문실, 사..
정동, 외교와 개화가 교차한 서울의 국제거리
낯선 문명의 입구, 정동이라는 이름의 시작정동(貞洞)은 서울 중구 정동길을 중심으로 덕수궁 돌담길 일대를 아우르는 지역으로, 조선 말기부터 대한제국기까지 서울에서 가장 국제적이었던 공간입니다. 지금은 걷기 좋은 산책로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19세기 후반 조선의 외교, 개화, 종교, 교육이 집중되었던 외교촌이었습니다.서울의 대표적인 궁궐 중 하나인 덕수궁과 함께, 서구 열강의 공사관, 선교사 주택,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 등이 이곳에 모여들며, 정동은 조선 후기부터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서울 속 작은 국제 도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정동이라는 이름은 본래 조선 초기 왕실과 밀접한 장소였던 덕수궁(경운궁) 북쪽의 ‘정릉동’에서 유래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지금의 정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름부터가 조선과..
광희문, 한양 외곽에서 외국인을 맞이하던 관문의 흔적
서울의 구석에서 만나는 낯선 이름, 광희문서울 종로구와 중구의 경계 어귀, 퇴계로를 따라 걸으면 어쩐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작은 성문 하나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높지도 않고 크지도 않으며, 유명 관광지도 아닌 이 문은 바로 ‘광희문(光熙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복궁, 창덕궁, 남산, 또는 서울성곽 하면 숭례문이나 흥인지문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광희문은 조선시대 한양 도성의 여덟 개 문 중 하나로, 엄연히 국가의 공식 시설이었고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던 문입니다. 지금은 소외된 역사 공간이지만, 이곳은 조선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통로였으며, 때로는 죽음과 외국의 경계를 넘나드는 민감한 장소로 존재해왔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서울 숨은 역사 장소’로서 광희문이 왜 존재했고, 지금은 어떻게 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