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고터, 얼음을 지키던 조선의 냉장 창고 유적
한강변에 묻힌 유산, 조선의 얼음 창고 ‘서빙고터’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교 아래로 이어지는 자전거길과 산책로 인근에는 ‘서빙고’라는 이름이 붙은 동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명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아는 시민은 많지 않습니다. 사실 ‘서빙고’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사용할 얼음을 저장하고 관리하던 창고가 있었던 곳으로, 당시 국가 제도 안에 편입된 왕실 전용 냉장 보관소였습니다. 지금은 일부 유적만이 복원되어 자그마한 공원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만, 조선의 과학기술, 궁중 문화, 물류 체계, 계절 인식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은 분명히 ‘서울의 숨은 역사 장소’라 할 만합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그저 오래된 지명일 수 있지만, 이 공간은 한양 도시 운영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으며, 조선이 얼마나 정교..
낙원동 악기골목, 음악과 저항이 공존하던 도시의 또 다른 지하실
단순한 악기상가가 아닌 문화적 교차점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낙원상가’는 흔히 악기 상가의 집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곳을 찾으면 건반, 기타, 관악기, 전통악기까지 모든 악기를 만나볼 수 있으며, 음악을 배우는 이들에게는 서울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이 공간은 단지 악기를 사고파는 시장의 기능에 머무르지 않습니다.1969년 준공된 낙원상가는 그 자체로 문화 공간의 실험장이자, 예술과 저항이 교차하던 장소였습니다. 지하에는 연습실과 작업실이 밀집했고, 상가 외부에는 작곡가, 연주자, 제작자, 심지어 당시의 저항적 젊은 예술가들까지 드나들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부터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혼재하던 ‘문화의 충돌지대’였습니다.지금은 상가로서만 기억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