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서른세 번째 편입니다.
마들렌을 구울 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가운데가 봉긋하게 솟아오른, 마치 작은 산처럼 보이는 꼬깔 모양입니다. 오븐 안에서 마들렌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면, 조개껍질 모양의 팬 표면 위로 반죽의 중심이 불룩하게 올라오면서 독특한 형태를 완성하죠. 많은 홈베이커들이 이 꼬깔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왜 이런 모양이 생기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이 꼬깔은 어떤 날은 생기고 어떤 날은 생기지 않으며, 똑같은 레시피로 여러 판을 구워도 들쭉날쭉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구조는 단순히 우연이나 재료 문제 때문이 아니라, 오븐 안에서 열이 반죽에 작용하는 방식, 팬의 상태, 반죽의 온도 등 다양한 물리적 요소가 맞물려 형성되는 결과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들렌에만 유독 꼬깔 모양이 생기는 이유와, 그 형성을 좌우하는 조건들을 실험적이고 구조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마들렌의 꼬깔은 반죽의 중심이 열에 반응해 밀려오르면서 형성됩니다
마들렌의 꼬깔은 오븐에 넣자마자 부풀어 오르는 전체 팽창과는 다릅니다. 이 구조는 마들렌의 독특한 조리 환경에서 발생하는 ‘중심 집중 팽창’의 결과입니다. 오븐에 팬이 들어가면 바닥과 가장자리는 팬 금속에 의해 열을 빠르게 전달받아 반죽이 먼저 익기 시작합니다. 반면 중심부는 상대적으로 열이 천천히 들어가기 때문에 굳지 않고 액체 상태로 남아 있게 되죠. 이 상태에서 바깥쪽이 먼저 고정되면 내부 압력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며, 결국 가장 약한 지점인 중심을 뚫고 위로 솟아오릅니다. 마들렌은 원형이 아니라 양끝이 좁은 조개 모양 팬에 굽기 때문에 열이 가장 늦게 도달하는 중앙으로 팽창 압력이 집중되고, 그 결과로 꼬깔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 구조는 마들렌의 전통적인 특징 중 하나로,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지만,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솟지 않거나 비뚤어진 모양으로 부풀기도 합니다.
반죽을 휴지시키면 꼬깔이 더 잘 생기는 이유는 온도 차 때문입니다
마들렌 반죽을 바로 구우면 반죽 전체가 비슷한 온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븐 안에서 동시에 익기 시작합니다. 이 경우 중심과 바깥의 익는 속도 차이가 줄어들어 중심 팽창이 잘 일어나지 않죠. 반면 반죽을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실온에서 휴지시키면 버터와 설탕, 계란, 밀가루가 안정적으로 결합하고 전체 밀도가 높아지며, 내부 온도가 낮아집니다. 이때 오븐에 들어가면 외곽은 빠르게 굳고 중심은 느리게 데워지면서 꼬깔이 형성될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냉장 3시간 휴지 반죽과 섞자마자 구운 반죽을 비교했을 때, 휴지한 반죽이 중심이 더 또렷하고 깔끔한 꼬깔을 형성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반죽의 밀도와 온도 차가 클수록 열이 중심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 지연이 곧 구조적인 부풀음을 유도하게 됩니다. 휴지는 단순히 맛을 안정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마들렌의 형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준비 단계입니다.
팬의 재질과 예열 여부도 꼬깔 형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마들렌은 대부분 얕고 각진 형태의 금속 팬에 굽습니다. 이 팬이 예열되어 있거나 열전도율이 높은 재질이라면, 반죽이 닿자마자 외곽부터 빠르게 익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외곽이 먼저 굳으면 중심이 열을 받으며 팽창할 때, 반죽의 압력은 위로만 향하게 되고 꼬깔이 도드라지게 솟게 됩니다. 반면 실리콘 몰드나 얇고 차가운 금속 팬을 사용할 경우에는 전체가 고르게 천천히 익기 때문에 중심과 외곽의 온도 차가 작아지고, 결과적으로 팽창이 퍼지며 꼬깔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또한 팬의 버터칠이나 분말 코팅이 너무 두꺼우면 반죽이 표면에서 미끄러지듯 들려 올라가 팽창 흐름이 분산되고, 팬과 반죽 사이에 공기가 고르게 머물 수 없어 중심 집중 부풀음이 방해받을 수 있습니다. 꼬깔을 예쁘게 만들고 싶다면, 팬을 미리 예열한 상태로 준비하고 코팅은 얇고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죽의 점성도 꼬깔이 솟는 위치와 정도에 영향을 줍니다
마들렌은 비교적 묽은 반죽을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계란의 크기, 버터의 상태, 밀가루의 종류에 따라 점성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죽이 묽을수록 팬에 고르게 퍼지고 열을 받을 때 전체적으로 고르게 익기 때문에 중심이 부풀지 않고 납작하게 굽힐 수 있습니다. 반면 점도가 높은 반죽은 팬에 부었을 때 중앙이 도톰하게 남고, 이 부분이 가장 나중에 익으며 자연스럽게 중심 팽창을 유도합니다. 점성이 높다는 것은 반죽이 자체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려는 힘이 있다는 뜻이며, 이는 굽는 과정에서 구조가 위쪽으로 쌓이며 중심을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똑같은 레시피라도 재료의 상태나 계량 오차로 점도가 달라지면 꼬깔이 생기지 않거나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친 모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들렌을 구울 때는 반죽의 흐름성과 팬에 담기는 높이를 고려해, 너무 묽지 않게 맞추는 것이 형태 유지에 유리합니다.
꼬깔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식감과 내부 구조까지 바꿉니다
마들렌의 꼬깔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실제로는 식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봉긋하게 솟은 중심은 팬의 나머지 부분보다 늦게 익고 두께가 더 두껍기 때문에 수분이 더 오래 남아 있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한 조각 안에서도 가장자리는 바삭하거나 단단한데, 중심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유지되는 구조적 대비가 생깁니다. 반대로 꼬깔이 생기지 않은 마들렌은 전체적으로 평평하고 식감이 균일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균일한 식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마들렌 특유의 중심이 살아 있는 듯한 부드러움은 줄어들 수 있죠. 실제로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도 꼬깔이 잘 형성된 제품은 중심부의 수분 보존률이 더 높았고, 외곽보다 부드러운 조직감을 가지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꼬깔은 단순한 모양이 아니라, 마들렌이라는 제품이 가진 입체적인 식감 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꼬깔은 굽기의 결과가 아니라 ‘준비 과정의 반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꼬깔이 안 생기면 오븐 온도나 굽기 시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꼬깔은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죽의 점성, 휴지 시간, 팬의 상태, 예열 여부 등 모든 요소가 꼬깔이 솟아오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전제 조건이죠. 구우면서 무언가 조절해 꼬깔을 만들 수 있는 건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반죽을 휴지 없이 구웠을 때, 팬을 예열하지 않았을 때, 반죽 온도를 높인 상태로 구웠을 때 모두 꼬깔 형성이 불안정하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조건을 정교하게 준비한 경우에는 매번 균일하고 안정적인 꼬깔이 형성되었습니다. 이처럼 꼬깔은 굽는 도중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굽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반죽과 팬을 준비했는가에 따라 거의 결정되는 구조적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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