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인포랩

버터가 녹으면서 생기는 층, 쿠키에 따라 다른데 왜 그런 걸까요?

pokhari 2025. 7. 4. 22:59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서른두 번째 편입니다.

쿠키를 구워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제품이 있는 반면,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바스라지는 질감을 가진 제품도 있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쿠키의 단면이나 표면에 아주 얇은 층이 생긴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표면은 매끈하지만 내부는 층이 지는 듯한 구조로 구워지는 경우도 있죠. 특히 버터 함량이 높은 쿠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같은 레시피라도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홈베이커들이 의문을 갖습니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오븐 온도나 굽기 시간 때문만은 아닙니다. 쿠키 속의 버터가 녹는 방식, 반죽의 구조, 설탕의 종류, 휴지 시간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최종적으로 어떤 질감과 층을 만들지 결정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쿠키마다 버터가 녹으며 만들어내는 층의 형태가 다른지, 그 원인을 재료와 반죽 구조의 관점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버터는 쿠키에서 단순한 지방이 아니라 ‘구조를 만드는 재료’입니다

버터는 단순히 풍미를 더해주는 재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쿠키 구조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반죽이 오븐 안에 들어가면 버터는 가장 먼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실온 상태에서 이미 부드러워진 버터는 굽는 초반에 곧바로 녹기 시작하며, 이때 반죽 내부의 기포나 설탕 결정 주변에 있던 지방층이 액체 상태로 바뀌면서 틈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틈은 열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단백질이 고정되기 전까지 ‘층의 형태’로 유지되기도 합니다. 특히 버터 함량이 높고, 설탕 결정이 굵거나 입자가 클수록 그 사이에서 버터가 녹아 흘러내리는 과정이 도드라지며 쿠키에 층진 구조가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동일한 레시피에 버터만 다른 상태로 바꿔 사용해 실험한 결과, 냉장 상태의 단단한 버터를 사용한 쿠키는 구조가 단단하고 층이 거의 없었으며, 실온 상태의 말랑한 버터를 사용한 경우는 얇은 층이 균일하게 형성되어 표면이 들뜨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버터는 쿠키의 조직을 만드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설탕의 종류와 입자 크기가 층 형성에 영향을 줍니다

설탕은 단맛을 더하는 역할 외에도, 반죽의 수분과 지방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지를 조절하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특히 입자가 굵은 설탕일수록 주변의 수분과 지방을 천천히 흡수하며 쿠키가 굽히는 동안 공간을 더 넓게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생긴 작은 틈이나 공기층이 층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죠.

백설탕은 입자가 비교적 고르고 녹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쿠키가 굽히는 도중 구조가 빠르게 고정되고, 결과적으로 표면이 매끈하고 균일한 질감을 만들기 쉽습니다. 반면 황설탕이나 원당처럼 입자가 크고 녹는 점이 높은 설탕을 사용하면, 쿠키가 굽히는 중간에도 설탕 결정 주변이 계속해서 확장되며 이완되고, 그 틈을 따라 버터가 흘러내려 층을 만들어냅니다.

같은 양의 버터와 밀가루를 사용하더라도 설탕의 물성에 따라 쿠키의 층 형성은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설탕의 종류가 바뀌면 구움 색은 물론,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밸런스도 함께 변하게 됩니다. 쿠키에서 겉면이 바삭한데 안은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이유도, 설탕과 버터가 함께 만들어낸 구조 때문입니다.

 

버터가 녹으면서 생기는 층

 

반죽 휴지 시간과 온도가 버터의 움직임을 바꿉니다

쿠키 반죽은 섞은 직후와 일정 시간 휴지한 뒤의 상태가 확연히 다릅니다. 갓 섞은 반죽은 버터가 반죽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지 않고, 일부 영역에 몰려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상태에서 바로 구우면 버터가 급격하게 녹으면서 일정하지 않은 퍼짐이나 과도한 층 형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죽을 냉장 보관하거나 실온에서 안정적으로 휴지시키면 버터가 반죽 안에 균일하게 퍼지고, 각 재료 간의 결합이 조금 더 안정된 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 구우면 버터가 천천히 녹으면서 쿠키 전체에 균일한 층이 형성되거나, 층이 생기더라도 구조가 고르게 퍼지게 됩니다.

반죽을 냉장 숙성시키면 쿠키의 바닥이 과하게 퍼지지 않고 중심이 단단하게 유지되며, 자연스럽게 바삭함과 층 형성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실온 반죽은 퍼짐은 좋지만 구조적으로 약해질 수 있으며, 냉장 반죽은 퍼짐이 덜하지만 층이 더 견고하게 자리 잡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버터의 상태에 따라 층이 생기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버터는 실온 상태, 냉장 상태, 녹인 상태 등 다양한 형태로 쿠키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상태는 쿠키 굽는 동안 버터가 작용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실온 버터는 부드럽게 반죽에 섞이며, 굽는 초반부터 빠르게 녹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반죽 사이사이에 생긴 틈을 따라 버터가 흐르면서 미세한 층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냉장 상태의 단단한 버터는 처음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일정 온도에 도달한 이후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굽는 중반 이후에 갑자기 쿠키 표면이 들뜨거나 내부가 들리는 층이 생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중앙이 갈라지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녹인 버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반죽 전체에 지방이 액체 상태로 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반죽 구조가 느슨해지고, 구우면 별도의 층이 형성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납작하고 퍼지는 형태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층이 생기기보다는 구움 표면이 매끄럽고, 안쪽은 촉촉한 질감이 남게 됩니다.

 

쿠키의 기본 구조 자체가 층 생성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쿠키 반죽은 그 자체로 층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패스트리 쿠키나 버터 함량이 높은 사블레 계열의 쿠키는, 반죽 과정에서 버터가 뭉친 채로 남아 있는 상태로 형성됩니다. 이 상태로 구우면 버터가 녹아 빠져나가며 층을 만들고, 그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비어 있는 듯한 식감이 완성됩니다.

반대로 설탕이나 밀가루 비율이 높고 수분이 적은 쿠키는 층 형성보다는 구조적인 강도를 갖는 쪽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단면이 균일하고 결이 촘촘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한 레시피에서 구조가 갈라지거나 층이 생기고, 다른 레시피에서는 매끄럽고 단단한 쿠키가 되는 이유는 바로 반죽의 구조 자체에서 시작됩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쿠키 반죽에 버터 비율을 미세하게 다르게 설정한 뒤 굽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버터 함량이 늘어날수록 단면 층이 더 명확해졌고, 겉은 바삭하지만 안은 녹듯이 부드러운 식감이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버터 함량을 줄이면 층은 사라졌고, 단단한 씹힘과 고른 조직이 형성되었습니다. 이처럼 층 형성 여부는 레시피 단계부터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쿠키의 층은 실패가 아닌 ‘레시피가 말해주는 구조’입니다

많은 홈베이커들이 쿠키가 갈라지거나 들뜨는 층이 생기면 이를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 현상은 레시피와 반죽 방식이 정상적으로 반응한 결과이며, 그 자체로도 하나의 완성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버터가 녹는 타이밍, 반죽의 밀도, 설탕의 결정 상태, 휴지 시간, 오븐 온도 등 수많은 요인이 겹쳐 쿠키 한 장에 층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쿠키를 굽는 일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섬세한 기술로 전환됩니다.

쿠키에 층이 생겼다면, 그것은 아마도 버터가 제대로 녹았고 반죽의 구조가 균형을 이루며 열과 수분이 잘 분산되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 구조를 읽을 수 있게 되면, 베이킹은 점점 예측 가능한 기술이 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할 수 있는 즐거운 작업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