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인포랩

왜 오븐에 넣자마자 바로 부풀어 오르는 반죽이 있고, 어떤 건 한참 지나야 부풀까요?

pokhari 2025. 7. 4. 18:42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서른한 번째 편입니다.

오븐에 반죽을 넣는 순간부터 지켜보는 건 모든 홈베이커의 작은 긴장입니다. 그런데 어떤 반죽은 넣자마자 금세 부풀기 시작하는 반면, 어떤 반죽은 5분이 지나도 잠잠한 채 움직임이 없는 듯 보일 때가 있습니다. 더 이상한 건, 두 반죽 모두 비슷한 레시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죠. 이런 차이는 우연이 아니라, 반죽 내부의 화학적 구조와 오븐 환경의 물리적 조건이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반죽이 오븐에 들어간 뒤 ‘언제’ 부풀기 시작하는지를 결정짓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 차이가 베이킹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반죽이 부푸는 시점은 팽창제의 작용 타이밍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죽이 부풀기 시작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팽창제의 작용입니다. 팽창제란 일반적으로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 이스트 등이 있으며, 각각의 팽창제는 열, 산, 수분 등의 자극을 받아 반응하는 시점이 다릅니다. 

베이킹소다는 산과 만나면 즉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반죽을 섞는 도중부터 이미 부풀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베이킹파우더는 대부분 ‘더블액션’ 타입으로, 처음에는 수분에 반응해 1차 팽창을 하고, 이후 오븐에 들어가 열을 받을 때 2차 팽창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같은 오븐에 들어간 두 반죽이라도, 하나는 이미 어느 정도 부풀어 있던 상태에서 열을 받아 팽창이 더 빨리 진행되고, 다른 하나는 오븐 안에서 본격적으로 팽창이 시작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이스트를 사용하는 반죽은 사전 발효 과정에서 이미 많은 기포가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븐에 들어간 직후 팽창이 빠르게 일어나며 오븐스프링이 크게 나타납니다. 반면 이스트 발효가 부족한 경우나 반죽이 차가운 상태에서는 팽창이 지연되어 굽기 후반에야 조금씩 부푸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부풀어오르는 반죽의 차이

 

반죽의 온도, 수분량, 산도도 팽창 시점에 큰 영향을 줍니다

팽창제만으로 팽창 시점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죽 자체의 온도, 수분량, 그리고 산도 역시 팽창 반응을 가속하거나 지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실온에서 충분히 안정된 반죽은 오븐에 들어갔을 때 팽창제가 바로 활성화될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반면 냉장 보관 후 바로 사용한 차가운 반죽은 내부 온도가 낮아 팽창 반응이 느리게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겉은 익고 속은 아직 부풀지 못해 중심이 눌리거나 균형이 깨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수분량 역시 중요합니다. 물의 양이 너무 적으면 팽창제가 제대로 녹지 않아 반응이 지연되고, 반대로 수분이 너무 많으면 반죽의 구조가 느슨해져 기포를 충분히 유지하지 못한 채 부풀기 전에 꺼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산도가 낮은(즉, 산성도가 높은) 재료가 포함된 반죽은 베이킹소다와의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 팽창이 빨리 진행됩니다. 레몬즙, 요구르트, 식초 등을 사용하는 레시피는 대체로 오븐에 들어가자마자 빠른 팽창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븐 내부의 예열 상태와 열원 위치에 따라 반죽 반응 속도가 달라집니다

같은 반죽이라도 오븐의 예열 상태와 팬을 놓은 위치에 따라 부풀기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열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죽을 넣으면, 열이 천천히 전달되어 반응도 느리게 시작됩니다.

반대로 오븐이 충분히 예열된 상태라면, 반죽이 들어간 순간부터 곧바로 열이 닿아 팽창이 시작됩니다. 오븐 내부의 열원이 상단에 가까우면 윗면이 먼저 익어 껍질이 생겨 팽창을 막기도 하고, 하단 열이 강하면 바닥이 먼저 익어 중심이 부풀기 전 굳어버리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븐의 구조와 열의 흐름은 팽창 반응이 시작되는 시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한 팬을 중간 선반보다 아래에 두면 열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전달되어 반죽이 빠르게 반응할 수 있으며, 위쪽에 두면 열 전달이 약해져 팽창이 느리게 시작되기도 합니다. 오븐의 팬 유무나 열풍 기능의 사용 여부도 반죽 표면의 건조 속도에 영향을 주어 팽창 흐름을 바꾸는 요인이 됩니다.

 

반죽 성분의 구조에 따라 ‘즉시 팽창형’과 ‘지연 팽창형’이 나뉩니다

일부 반죽은 처음부터 ‘즉시 팽창’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다른 일부는 오븐 안에서 서서히 팽창하도록 조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머핀이나 파운드케이크 반죽은 팽창제가 강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오븐에 넣자마자 바로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브라우니나 스콘처럼 밀도가 높거나 지방 함량이 많은 반죽은 오븐 안에서 내부가 서서히 데워지면서 뒤늦게 부푸는 성질을 보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단순히 “잘 부풀었는가”를 넘어, 최종 식감과 모양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즉시 팽창형 반죽은 겉이 매끈하고 부피감이 있으며, 지연 팽창형 반죽은 크랙이 생기거나 표면이 갈라지는 형태로 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레시피 특성에 따른 정상적인 결과이며, 반죽을 부풀리는 타이밍의 차이를 이해하면 이런 차이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팽창 시점의 차이는 결과물의 식감과 외형까지 결정합니다

빵이나 케이크의 부피, 조직감, 단면의 결은 언제 부풀기 시작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오븐에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부풀었다면 조직이 고르고 단단하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으며, 팽창이 늦게 시작되면 중심이 눌리거나 부피가 부족해지며 전체적으로 무거운 식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부풀기 타이밍이 늦을수록 내부 수분이 먼저 증발하면서 기포가 생기기 전에 껍질이 형성되고, 결과적으로 빵 표면이 들뜬다거나 안이 눅눅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레시피라도 팽창 시점 하나로 인해 외형과 식감 모두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동일 레시피를 기반으로 팽창제를 다르게 설정한 뒤 부풀기 타이밍에 따라 외형, 단면, 질감을 비교한 실험을 통해 초기 팽창 반응이 빠를수록 결과물이 가볍고 바삭하며, 느릴수록 질감이 무겁고 단단해진다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베이킹은 반죽이 ‘언제’ 부푸는지를 관찰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홈베이커들이 ‘얼마나 부풀었는지’만을 신경 쓰지만, 사실 베이킹에서 더 중요한 건 ‘언제 부풀기 시작했는가’입니다. 팽창제의 선택, 반죽의 온도, 수분량, 오븐의 구조, 열 전달 방식까지 모든 요소가 팽창 타이밍에 영향을 주며, 이 하나의 타이밍이 완성도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했는데도 결과물이 달라지는 이유는, 숨어 있는 이 ‘시점 차이’를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반죽은 오븐에 넣자마자 활발히 반응하는 구조이고, 어떤 반죽은 서서히 열을 받아야 부풀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단순히 '따라 하는 베이킹'이 아니라 '이해하고 조절하는 베이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