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베이킹 인포랩’은 제과·제빵의 다양한 실패 원인과 재료 차이를 실험적 시선으로 분석하고, 그 원인을 이해 중심으로 풀어내는 지식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같은 레시피, 다른 결과? 설탕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쿠키를 구울 때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것입니다.
모양이 납작하게 퍼지거나, 반죽이 도톰하게 굳어 버리기도 하고, 표면에 원치 않은 크랙이 생기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반죽 상태, 오븐 온도, 재료 혼합 순서를 원인으로 의심하지만, 정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설탕의 종류입니다.
설탕은 단맛을 내는 단순한 재료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반죽의 수분 구조, 점도, 퍼짐 정도, 색상, 식감까지 폭넓게 영향을 줍니다.
‘베이킹 인포랩’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설탕의 종류가 쿠키의 퍼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적 시각으로 정리해드립니다.
설탕의 기본 역할부터 다시 보기
설탕은 쿠키 반죽에서 단순히 달콤함을 더하는 기능 외에도 반죽의 수분 보유력 조절, 열 전달 속도 조절, 조직 형성 및 갈색 반응(Maillard reaction) 유도, 바삭함 혹은 촉촉함 같은 식감 결정과 같은 중요한 역할도 수행합니다.
이러한 역할은 설탕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쿠키처럼 짧은 시간에 빠르게 굽는 제과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설탕 종류별 물성 차이와 반응
백설탕 (정제 설탕)
백설탕은 입자가 크고 건조한 설탕입니다. 반죽 속에서 쉽게 녹지만,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반죽의 점도를 낮추고 퍼지게 만듭니다. 오븐 안에서는 이른 시점에 설탕이 녹으며, 반죽이 구조를 잃고 넓게 확산되도록 유도합니다.
결과적으로 백설탕을 많이 쓴 쿠키는 얇고 바삭하며 넓게 퍼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브라운슈거 (흑설탕)
브라운슈거는 당밀이 포함된 설탕으로, 백설탕보다 수분 함량이 많고 입자는 작습니다. 이로 인해 반죽 속 수분이 오래 유지되고, 점성이 높아집니다. 당밀이 반죽을 부드럽게 붙잡아주기 때문에 퍼짐이 적고 도톰한 쿠키가 만들어집니다.
또한 당밀의 영향으로 쿠키에 특유의 풍미와 촉촉한 식감도 생깁니다.
슈가파우더 (분당)
슈가파우더는 입자가 매우 곱고 고르게 분산됩니다. 오븐에 들어간 직후 빠르게 녹으면서, 반죽이 구조를 갖추기도 전에 확산되어버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쿠키 표면에 크랙이 잘 생기고, 중심이 비거나 얇고 바삭한 식감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퍼지는 이유는 설탕의 녹는 속도 때문입니다
‘베이킹 인포랩’은 퍼짐을 단순한 반죽 상태의 문제가 아닌, 재료의 물리적 반응 속도에서 찾아냅니다.
백설탕은 빠르게 녹아 반죽을 이완하고, 브라운슈거는 천천히 녹으면서 구조를 유지합니다. 슈가파우더는 빠르게 확산되어 표면의 변형을 유도합니다. 이처럼 설탕의 용해 속도가 반죽이 어떻게 퍼질지를 결정합니다.
수분과 지방이 분리되는 타이밍에 따라 쿠키의 두께와 식감이 결정되는 것이죠.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같은 레시피, 다른 설탕 조합
‘베이킹 인포랩’은 재료의 조합을 통해 결과를 바꾸는 전략을 제안합니다.
다음은 동일한 쿠키 레시피에서 설탕만 다르게 조합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백설탕만 100% 사용하는 경우, 쿠키는 넓게 퍼지고 얇게 구워지며 바삭한 식감이 강해집니다. 반대로 브라운슈거만 100% 사용할 경우, 퍼짐이 적고 도톰하며 촉촉한 쿠키가 만들어집니다.
두 설탕을 혼합할 수도 있습니다. 백설탕 70%에 브라운슈거를 30% 섞으면, 쿠키는 적당히 퍼지면서도 중심은 촉촉하고 바삭함이 균형 있게 나타납니다.
한편, 백설탕과 슈가파우더를 함께 사용하면 쿠키가 얇고 바삭해지면서 표면에 자연스러운 크랙이 생기는 시각적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슈가파우더만 100%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장 얇고 바삭한 쿠키가 만들어지며, 중심이 비거나 퍼짐이 매우 극대화되는 형태가 됩니다.
실제로 위 조합을 실험해보면, 설탕 선택만으로도 같은 레시피에서 전혀 다른 쿠키가 완성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쿠키는 설탕 탓일 수 있습니다
퍼짐이 심한 쿠키, 과하게 단단한 쿠키, 크랙이 전혀 없는 쿠키 등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종종 ‘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는 설탕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우니 레시피에서 바삭한 식감을 내고 싶다면 브라운슈거보다는 백설탕을 늘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마찬가지로 퍼짐을 막고 싶다면 백설탕을 줄이고 브라운슈거의 비율을 높이는 편이 좋습니다.
설탕은 쿠키의 구조와 감촉을 설계하는 핵심입니다
쿠키는 발효 없이 단시간 내 굽는 제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의 성질 하나하나가 결과에 바로 반영됩니다.
그중에서도 설탕은 반죽의 구조를 지탱하거나, 풀어주는 방향 모두에 작용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베이킹 인포랩’은 단순히 설탕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 설탕이 쿠키 반죽에 미치는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안내합니다.
이제 설탕을 조절하면 실패는 줄어듭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모두 “쿠키가 왜 퍼지는가?”에 대한 과학적, 실전적 해석입니다.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으면 실패는 줄고,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집니다.
앞으로 쿠키를 구울 때는 단순히 ‘설탕 100g’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설탕을 왜 100g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한 번의 선택이 당신의 쿠키를 바꿀 수 있습니다.
‘베이킹 인포랩’은 다음 편에서 또 다른 핵심 재료를 주제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감이 아닌 이해로, 실패 대신 설계를 만드는 베이킹을 함께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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