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열일곱 번째 편입니다.
쉬폰케이크는 만들기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주 실패하는 품목입니다. 오븐에서 분명 잘 부풀어 오르던 케이크가 식는 과정에서 중심이 꺼져버리거나, 다음 날 잘라보면 가운데가 축 처져 있는 경우도 흔하죠. 이런 실패는 단순히 오븐 온도 때문만이 아니라, 반죽의 구조와 머랭의 상태, 그리고 식히는 과정까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베이킹 인포랩’ 실험을 바탕으로 쉬폰케이크가 꺼지는 이유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안내해드립니다.

쉬폰케이크, 왜 식는 동안 꺼질까?
쉬폰케이크가 꺼지는 가장 대표적인 상황은, 오븐 안에서는 멀쩡히 부풀어 있었던 케이크가 꺼내자마자 중심부터 무너지거나 식힌 후 주저앉는 현상입니다. 얼핏 보면 완성된 것 같지만 식히고 나면 점점 가운데가 푹 꺼지고, 심할 경우 안을 잘랐을 때 속이 눅눅하고 밀도 높은 조직으로 남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중심부 구조가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반죽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꺼지는 경우입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도 동일한 레시피로 만든 쉬폰 반죽이, 굽는 온도와 식힘 방법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중심까지 완전히 익지 않은 반죽은 오븐 안에서 확실히 부풀어도 식는 동안 구조가 잡히지 않아 수분과 열이 빠지며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반대로 충분히 익은 경우에는 꺼짐 없이 조직이 잘 유지되었습니다. 특히 중심이 축축하거나 거친 느낌이 든다면, 그 반죽은 내부까지 충분히 익지 않았거나 구조가 불안정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죽의 묽기와 머랭 상태가 균형을 좌우합니다
쉬폰케이크는 거품의 힘으로 부피를 세우는 케이크입니다. 그만큼 머랭의 상태와 반죽의 묽기가 전체 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머랭이 너무 묽으면 기포가 쉽게 무너져 구조를 잡기 어렵고, 너무 단단하면 반죽과 섞는 과정에서 기포가 한꺼번에 터지며 밀도 높은 조직으로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머랭을 반죽에 넣는 방법입니다. 흔히 머랭을 한 번에 모두 넣고 빠르게 섞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머랭이 덩어리째 남아 있는 부분이 생기고, 그 지점이 익지 않은 채 남아 중심이 꺼지는 원인이 됩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머랭을 3회에 나눠서 반죽과 섞고, 자르듯이 퍼 올리며 혼합했을 때 케이크가 가장 안정적으로 부풀고 꺼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반죽의 묽기가 너무 높으면 오븐 안에서 급격히 부풀지만 수분이 많아 중심이 무너지고, 반대로 되직하면 부피가 덜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뻣뻣한 결과가 나옵니다. 중간 점도를 유지하며, 머랭과 반죽이 균일하게 혼합되어야만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븐 온도는 부풀기보다 익힘에 집중해야 합니다
쉬폰케이크의 구움 성공 여부는 단지 얼마나 잘 부풀었느냐가 아니라, 중심까지 충분히 익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븐 온도가 낮으면 반죽은 천천히 부풀지만 내부가 익기 전에 꺼지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겉은 먼저 익어 속이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됩니다. 이런 경우 꺼내자마자 또는 식히는 도중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중심이 가라앉습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는 170도에서 40~45분 구웠을 때 가장 안정적인 결과를 얻었으며, 160도에서는 중심이 덜 익고 살짝 꺼졌고, 180도에서는 겉은 바삭하지만 중심이 약간 습하게 남아 수축이 발생했습니다. 오븐 온도는 반드시 충분히 예열되어야 하며, 위·아래 온도 편차가 적은 오븐일수록 결과가 안정적이었습니다. 특히 팬이 들어가는 위치도 중요한데, 오븐의 중앙보다 약간 아래에 놓는 것이 과열 방지를 위해 바람직합니다. 중심까지 익도록 시간을 확보하되, 겉면이 과하게 익지 않도록 온도 조절이 병행되어야 안정적인 쉬폰케이크가 나옵니다.
식힘 방식이 쉬폰의 모양을 결정합니다
쉬폰케이크는 구운 직후 식히는 방법이 전체 결과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반드시 팬째로 거꾸로 뒤집어 식혀야만 케이크가 무게에 눌리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식힘 시간을 충분히 두지 않으면, 내부의 구조가 아직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천히 가라앉으며 케이크 전체가 납작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는 같은 반죽으로 만든 케이크를 하나는 거꾸로, 하나는 평평하게 식힌 결과, 거꾸로 식힌 케이크는 높이와 탄력이 유지된 반면, 평평하게 식힌 케이크는 중심이 푹 꺼졌고 조직감도 밀도 높게 변질되었습니다. 팬째 식힘은 1시간 이상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간에 틀에서 분리하면 내부가 아직 수축하지 않아 전체가 찌그러질 위험이 있습니다. 쉬폰 전용 틀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꼭 받침대에 거꾸로 꽂아두고, 열기가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구조 유지의 핵심입니다.
꺼지지 않는 쉬폰케이크를 만드는 전체 흐름 정리
쉬폰케이크는 단순히 부풀기만 하면 성공이 아닙니다. 구조를 유지하면서 식힘까지 안정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머랭의 질감, 반죽의 농도, 섞는 방식, 굽는 온도, 식힘 자세까지 모든 과정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머랭은 적당한 탄력으로 올려야 하며, 반죽과 섞을 때는 기포를 보존하면서 균일하게 섞어야 하고, 오븐은 예열과 위치 조절까지 신경 써야 하며, 구운 후엔 반드시 거꾸로 식혀야 꺼지지 않습니다. 이 모든 흐름은 쉬폰케이크라는 품목이 ‘구조 중심의 케이크’라는 특성을 반영합니다. ‘베이킹 인포랩’이 제안하는 실험형 베이킹은 단순한 레시피를 넘어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안정적인 흐름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반복해서 기록하고 과정을 최적화해 나간다면, 꺼지지 않고 중심이 탄탄하게 유지되는 쉬폰케이크를 꾸준히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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