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인포랩

머랭이 무너지는 이유, 단단하게 올라가지 않는 결정적 원인들

pokhari 2025. 6. 29. 10:22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열다섯 번째 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머랭을 만들 때 자주 겪는 실패 중 하나인 거품이 단단하게 올라가지 않거나, 금세 꺼져버리는 현상에 대해 실험과 분석을 통해 알아봅니다. 특히 계란의 상태, 설탕 첨가 시점, 볼의 청결 상태 등 실패 원인이 되는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머랭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까지 안내해드립니다.

 

머랭이 올라가지 않거나 금방 꺼지는 이유

머랭은 재료는 단순하지만 과정은 섬세한 대표적인 베이킹 기법입니다. 계란 흰자에 공기를 넣어 거품을 형성하고, 여기에 설탕을 첨가해 단단하고 윤기 있는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죠. 머랭은 마카롱, 쉬폰케이크, 다쿠아즈, 스위스롤 등 수많은 디저트의 기반이 되는 만큼 성공 여부가 전체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막상 만들어보면 생각보다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흰자를 아무리 오래 휘저어도 단단하게 올라가지 않거나, 순간적으로 올라온 거품이 몇 분 안에 꺼지기도 하죠. 또는 완성된 머랭이 질척하고 흐르며, 기포가 고르지 않아 전체 반죽을 망치게 만드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휘핑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계란의 상태, 도구의 준비, 설탕의 타이밍, 주변 환경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변수들 때문에 발생합니다. 머랭은 ‘성공한 듯 보여도 실제로는 실패한 상태’로 오해하기 쉬운 매우 민감한 베이킹 기초 기술 중 하나입니다.

 

단단하게 올라간 머랭

 

계란의 상태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머랭의 성공 여부는 계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계란 흰자의 온도입니다. 흰자가 너무 차가운 상태에서는 단백질이 뻣뻣하게 뭉쳐 거품 형성이 느려지고, 잘 올라가더라도 곧 무너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기포는 잘 올라가지만 거품의 조직이 느슨해지고 머랭이 전체적으로 처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흰자는 반드시 실온에 꺼낸 후 20~25도 사이의 안정된 온도에서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냉장 상태에서 바로 꺼낸 계란을 사용하면 초반 휘핑이 늦어지고, 설탕이 섞일 타이밍을 놓치게 되어 전체 머랭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흰자 속에 아주 소량의 노른자가 섞여 있어도 지방 성분 때문에 기포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노른자는 단 1~2방울만 섞여도 거품이 올라가지 않거나, 이미 올라간 머랭이 뒤늦게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흰자를 분리할 때에는 노른자와 완전히 분리된, 깨끗한 흰자만 사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도구의 상태도 머랭을 좌우합니다

머랭이 올라가지 않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휘핑볼이나 거품기, 핸드믹서 날개에 남아 있는 기름기나 수분 때문입니다.
계란 흰자는 지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도구에 묻은 극소량의 오일, 물방울 하나만으로도 거품 형성이 방해받을 수 있습니다. 볼은 반드시 완전히 건조되고 기름기 없는 상태에서 사용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식초나 레몬즙으로 닦아 중성화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플라스틱 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플라스틱 표면은 미세한 흠집과 정전기 때문에 기름기나 이물질이 쉽게 남고,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스테인리스나 유리 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며, 작은 이물질 하나가 전체 머랭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휘핑 도중 머랭이 올라오는 느낌이 약하다면 중간에 핸드믹서 날개를 한 번 닦아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기포가 붙어 굳어진 날개가 회전할수록 거품이 고르게 형성되지 않고 일부분만 올라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설탕은 언제 넣느냐가 핵심입니다

흔히 머랭이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설탕을 너무 일찍 넣거나, 반대로 충분히 휘핑되기 전에 설탕을 넣지 않아 기포 구조가 불균형해지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흰자가 거품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흰색의 큰 거품이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설탕을 2~3회에 나눠서 천천히 넣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설탕이 머랭 속으로 고르게 섞이지 않거나 과도한 설탕이 흰자를 눌러서 기포가 꺼지게 됩니다. 설탕은 머랭의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기포 하나하나를 감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너무 늦게 넣으면 표면에만 코팅되어 안쪽 구조가 약해지고, 너무 일찍 넣으면 기포 형성이 더뎌져서 결국 단단하지 못한 머랭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습도가 높은 날에는 설탕이 머랭 속에서 제대로 녹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산성 요소(레몬즙, 식초 등)를 아주 소량 넣어주면
단백질 응고가 도와지고 거품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머랭 실패의 대표 변수 비교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같은 계란, 같은 믹서기로 총 네 가지 다른 조건을 적용해 머랭을 만들고 비교했습니다.
첫 번째는 차가운 흰자 사용, 두 번째는 볼에 미세한 기름기 남김, 세 번째는 설탕을 한 번에 초반에 넣은 경우, 네 번째는 적정 온도의 흰자에 설탕을 세 번에 나눠 넣은 경우입니다.

차가운 흰자를 사용한 첫 번째 경우는 초반에 거품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고, 5분 이상 휘핑해도 조직이 단단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볼을 뒤집었을 때도 머랭이 미끄러지듯 흐르는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볼에 남아 있던 아주 약간의 버터 기름 때문에
거품이 전체적으로 잘게 끊어지고 윤기 없이 뿌옇게 변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부드럽고 고운 느낌이었지만, 단단하게 올라오지 않고 중간에 꺼지는 형태가 반복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설탕을 초반에 한 번에 넣은 경우였는데, 처음에는 휘핑 속도가 빨라 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기포가 끈적하고 끊기는 느낌이 났으며, 결국 단단한 뿔이 서지 못하고 묽은 머랭이 만들어졌습니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흰자를 상온에서 충분히 식히고, 설탕을 세 번에 나눠서 넣고, 중간에 날개를 닦아주는 등 위생적인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윤기 있고 탄력 있는 단단한 머랭이 만들어졌습니다. 볼을 뒤집어도 흐르지 않고, 고운 뿔이 올라왔으며 시간이 지나도 쉽게 꺼지지 않았습니다.

 

단단하고 안정적인 머랭을 위한 기본 공식

머랭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본은 간단합니다. 흰자는 반드시 상온 상태에서 사용하고, 노른자나 기름기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며, 볼과 도구는 완전히 기름기 없이 준비합니다. 설탕은 휘핑 초기에 한 번에 넣지 말고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여러 번 나눠 넣으며 섞는 것이 좋습니다. 휘핑 도중에는 속도 조절도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기포를 형성하고, 중반부부터는 속도를 조금 낮춰 조직을 안정화시켜야 거품이 단단하고 고르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머랭은 보기엔 쉬워 보여도 작은 실수 하나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베이킹 기초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영역입니다. 재료보다 과정, 과정보다 순서, 순서보다 ‘조금 더 정확한 습관’이 머랭 성공의 핵심이라는 걸 꼭 기억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