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인포랩

밀가루 종류가 반죽에 미치는 결정적 차이

pokhari 2025. 6. 26. 10:39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의 세 번째 편입니다.
베이킹 재료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적 시선과 정보 기반으로 분석하는 고급 정보 콘텐츠입니다.

 

밀가루는 단순한 가루가 아니다

처음 베이킹을 시작할 때 가장 헷갈리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밀가루’입니다.
슈퍼에 가면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이라는 이름의 밀가루가 따로 포장돼 있고, 레시피에는 “박력분을 사용하세요”라고 명시돼 있는데, 어떤 차이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냥 ‘다 같은 밀가루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아무거나 썼다가, 빵이 과하게 퍼지거나 쿠키가 질척거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밀가루는 단순한 분말이 아니라, ‘글루텐 형성력’과 밀 단백질 조성에 따라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재료입니다.

밀가루의 구분은 사실 단백질 함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강력분은 단백질이 많고, 박력분은 적습니다.
이 단백질이 반죽 과정에서 글루텐을 형성하며, 글루텐은 반죽의 탄력과 구조 형성에 관여합니다.
그래서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반죽이 쫀쫀하고 늘어나며, 낮을수록 바스러지거나 부드러운 조직이 만들어집니다.

 

밀가루가 반죽에 미치는 영향

 

같은 레시피에 밀가루만 다르게 써보면?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쿠키 반죽을 기준으로 동일한 레시피에서 밀가루 종류만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세 가지로 쿠키를 각각 구워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달랐습니다.

강력분을 사용한 쿠키는 형태는 유지됐지만 과도하게 쫀쫀한 식감을 보였고, 표면이 매끈하지 않았습니다.
중력분을 사용한 쿠키는 일반적으로 가장 균형 잡힌 결과를 보였습니다. 퍼짐도 적당했고, 식감도 바삭하면서 살짝 부드러웠습니다.
박력분으로 만든 쿠키는 가장 퍼지는 정도가 컸으며, 바삭함은 있지만 쉽게 부스러지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밀가루 종류만 바꿔도 퍼짐, 식감, 모양 유지력, 색상까지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는 밀가루가 단순히 ‘가루’로써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의 뼈대를 결정짓는 재료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밀가루의 단백질 함량이 반죽을 설계한다

강력분은 단백질 함량이 11~13%로 가장 높습니다.
이로 인해 글루텐 형성이 빠르고 강하며, 반죽이 늘어나는 힘도 강합니다.
그래서 주로 식빵, 베이글, 피자도우처럼 뼈대가 단단하고 내부가 치밀해야 하는 반죽에 적합합니다.

중력분은 단백질이 약 9~11%로, 중간 정도의 글루텐을 형성합니다.
적당한 퍼짐과 쫀쫀함을 함께 갖고 있어 쿠키, 머핀, 핫케이크처럼 너무 뻣뻣하지 않으면서도 흐물거리지 않아야 하는 반죽에 자주 사용됩니다.

박력분은 단백질이 7~9%로 가장 낮고, 글루텐 형성력이 약해서 반죽의 탄성보다는 부서짐, 부드러움, 바삭함을 강조하는 제품에 어울립니다.
종류로는 스펀지케이크, 파운드케이크, 타르트지, 쇼트브레드 쿠키 등에 적합합니다.

즉,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쫀쫀함’, 낮을수록 ‘바스러짐’이 강해지며, 이는 베이킹 결과를 정확히 설계하는 데 있어 결정적 기준이 됩니다.

 

밀가루 선택에 따라 발생하는 실패 사례

많은 홈베이커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레시피와 다른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레시피에서는 박력분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지만 중력분을 썼을 경우, 쿠키가 덜 퍼지고 너무 단단하거나 질긴 식감이 생기게 됩니다.
반대로 스펀지케이크에 강력분을 사용하면 부풀음이 적고 탄력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반죽이 덜 섞였을 때 발생하는 ‘터짐’이나 ‘균열’ 현상도 밀가루의 물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박력분은 너무 많이 치대면 글루텐이 형성되어 케이크가 퍽퍽해지며, 강력분은 너무 적게 치대면 반죽이 응집되지 않아 퍼짐이 과해집니다.

이처럼 밀가루 선택은 단순한 재료 교체가 아니라, 결과의 물리적 성질을 바꾸는 주요 변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중력분은 만능이 아니다

중력분은 종종 ‘만능 밀가루’라고 불리며, 많은 홈베이커가 이를 기본으로 사용하지만 실전에서 중력분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중력분은 강력분과 박력분의 중간 정도이기 때문에 균형 잡힌 퍼짐과 식감을 제공하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쫀쫀한 빵을 만들고자 하거나, 아주 부드럽고 가벼운 스펀지를 만들고자 할 때는 오히려 중간 성질이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과물의 성격에 따라 박력분 + 중력분 혼합, 또는 강력분 + 박력분 비율 조절 같은 방법을 통해 밀가루의 글루텐 형성력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쿠키 반죽에서 바삭함을 유지하면서도 퍼짐을 조절하고 싶다면 박력분 70% + 중력분 30%처럼 적절히 조합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밀가루는 반죽의 구조를 설계하는 도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밀가루를 단순한 ‘기본 재료’로 인식하지만, 사실 밀가루는 베이킹의 물리적 뼈대를 결정하는 구조 재료입니다.
단백질 함량과 글루텐 형성력에 따라 퍼짐, 조직감, 부드러움, 탄성, 모양 유지력이 달라지며, 이는 단지 맛의 차이를 넘어서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가르기도 합니다.

‘베이킹 인포랩’은 앞으로도 이런 재료의 본질적인 작용 원리를 설명하고, 감각이 아닌 이해를 통해 베이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다음 번에는 또 다른 핵심 재료를 주제로 실험과 분석을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글이 당신의 밀가루 선택 기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