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인포랩

팬 색과 재질이 달라지면 구움 결과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pokhari 2025. 7. 2. 22:52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스물여섯 번째 편입니다.
같은 반죽, 같은 오븐, 같은 온도로 구웠는데도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구움색이 진하거나 옅게 나오는 차이, 표면이 마르지 않거나 과하게 익는 등의 차이는 예상 외로 자주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이런 현상은 오븐 온도나 반죽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용한 팬의 색상이나 재질 차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팬이 구움 결과에 끼치는 영향과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팬의 색상은 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를 바꿔요

팬의 색상은 단순한 외관 차이가 아니라, 열을 어떻게 흡수하거나 반사하느냐에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검정색, 무광 코팅된 팬은 빛과 열을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팬 자체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며, 이로 인해 반죽에 강한 직접 열이 전달되어 구움색이 더 진하고 익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특히 파운드케이크, 쿠키처럼 바닥 접촉면이 넓은 제품은 바닥이 쉽게 과하게 익거나 살짝 타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어요.
반면 은색, 밝은 톤의 팬은 열과 빛을 더 많이 반사하기 때문에 팬 자체의 온도 상승이 느리고, 그 결과 반죽의 익힘 속도는 느리지만 구움색은 고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같은 머핀 반죽을 검정 무광 팬과 은색 팬에 나눠 구웠고, 검정 팬에서는 20분째부터 윗면에 강한 갈색이 돌았으며 바닥은 딱딱하게 굳었고, 은색 팬에서는 25분까지도 윗면이 밝고 균일하게 유지되면서 서서히 익었습니다.
즉, 팬의 색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굽기의 속도·색상·질감 전체를 바꿔놓는 요인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팬이 다르면 베이킹의 결과가 다른 이유

 

팬의 재질은 열전도율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팬의 재질은 열전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금속(특히 알루미늄) 팬은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전달하여 반죽을 고르게 익히고 구움색도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반면 실리콘 팬은 열을 천천히 흡수하고 전달하기 때문에 겉면은 오래도록 익지 않거나, 속은 질척한 상태로 남기 쉽습니다. 유리 팬은 열 유지력이 좋지만 반응이 느려, 시간 조절이 반드시 필요한 재질이에요.
이 실험에서는 파운드케이크 반죽을 각각 알루미늄 팬, 실리콘 몰드, 유리 팬에 넣고 구워봤습니다. 알루미늄 팬에서는 30분 만에 표면이 갈라지며 내부까지 잘 익었고, 실리콘 팬은 40분 이상 구워도 윗면이 흐릿했고 중심은 묽게 남았으며, 유리 팬은 구움색은 잘 나왔지만 가장자리만 먼저 익고, 중앙은 5분 이상 더 구워야 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팬 재질 하나로도 굽는 온도와 시간, 질감까지 달라진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팬 높이와 두께도 구움의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팬의 높이와 두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베이킹은 ‘정해진 온도에서 일정 시간 굽는다’는 단순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그 온도와 시간의 효과는 결국 팬이 열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팬의 두께가 두꺼우면 열을 흡수하고 전달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익힘이 천천히 진행되며 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이런 팬은 반죽에 지속적으로 열을 일정하게 공급해주기 때문에, 굽는 도중 바닥이나 가장자리가 과도하게 익는 것을 방지하고 내부도 촉촉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얇은 팬은 빠르게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표면이 금방 익고 윗면은 마르기 쉬우며, 내부까지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아 속은 덜 익고, 바닥은 탔거나 과하게 익은 경우가 흔하게 발생합니다.

팬의 높이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높이가 낮은 팬은 전체 반죽 두께가 얇기 때문에 열이 내부까지 빠르게 전달되며, 굽는 시간이 짧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익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높이가 높은 팬은 반죽의 중심까지 열이 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겉은 잘 익었지만 중심은 덜 익거나, 혹은 식는 과정에서 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파운드케이크 반죽을 높이 5cm 팬높이 8cm 팬에 동일한 조건으로 나눠 굽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낮은 팬에서는 35분 만에 전체가 고르게 익었고 표면 균열도 안정적이었지만, 높은 팬에서는 윗면은 빨리 익고 바닥은 익지 않아 10분 이상 추가로 구워야 했으며, 식힌 후 중심부가 주저앉고 단면은 젖어 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팬의 두께와 높이는 단순한 ‘용기 크기’의 차원이 아니라, 열이 어떻게 이동하고 반죽이 어떤 순서로 익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이 요소까지 고려해 팬을 선택하고 굽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베이킹 결과물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감각이 됩니다.

 

코팅 팬은 구움색과 익힘 상태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코팅 팬은 팬 재질 자체뿐만 아니라, 열 전달 방식을 바꾸는 또 하나의 결정 요소입니다. 테프론이나 논스틱 코팅은 반죽이 덜 달라붙고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지만, 열을 균일하게 퍼뜨리기보다는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어 바닥면이나 측면이 더 빠르게 익습니다. 이로 인해 케이크의 윗면은 익지 않았는데, 아래는 이미 갈색이 짙거나 바삭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코팅이 벗겨진 오래된 팬은 표면이 고르지 않아 열 전달에 편차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반죽이 한쪽만 익거나 변색되는 원인이 됩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는 동일한 브라우니 반죽을 새 논스틱 팬과 사용감 있는 논스틱 팬에 나눠 구웠고, 새 팬은 고르게 갈색이 돌며 윗면에 균열이 생겼지만, 오래된 팬은 바닥은 너무 딱딱하고 윗면은 반쯤 익어 들뜬 느낌이 강했습니다. 코팅 팬을 사용할 때는 팬 상태까지 함께 고려하고, 예열 시간을 약간 조절하거나 팬 라이너를 활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오븐 팬 선택에 따라 ‘레시피 그대로 했는데 다르게 나오는’ 현상이 생깁니다

많은 베이커들이 베이킹에서 겪는 가장 흔한 좌절 중 하나가 “레시피대로 정확히 했는데 왜 이렇게 나왔죠?”라는 상황입니다. 믿고 따라한 레시피인데도 케이크가 타거나, 안 익거나, 촉촉함이 전혀 없이 딱딱해진다면 그 원인은 재료나 계량이 아니라 바로 팬 선택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레시피는 팬 재질, 색상, 깊이, 코팅 여부 등 구체적인 팬 조건을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160도에서 30분 구움’ 같은 가이드만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 구움 시간과 온도는 사실 그 레시피 작성자가 사용한 팬을 기준으로 설정된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레시피 작성자가 은색 알루미늄 팬을 기준으로 테스트한 것이라면, 같은 온도에서 검정색 무광 코팅 팬을 사용할 경우 팬이 더 빠르게 열을 흡수해 반죽에 더 강한 열을 전달, 결과적으로 표면은 더 빨리 색이 나고 중심부는 아직 덜 익은 채로 남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리콘 팬을 사용하면 열전도 속도가 느려 표면이 흐릿하고 바닥이 덜 익은 상태로 굽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어요.

이번에는 같은 쉬폰케이크 반죽을 무광 블랙 팬, 유광 알루미늄 팬, 실리콘 팬, 이렇게 세 가지 팬에 동일 조건으로 나눠 구워봤는데 결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첫 번째 무광 블랙 팬은 30분 만에 윗면에 강한 색이 나고, 겉은 바삭했지만 속은 덜 익은 채였고, 두 번째 유광 알루미늄 팬은 35분 동안 고르게 익었으며, 윗면은 균일하게 부풀었습니다. 세 번째 실리콘 팬은 40분 넘게 구워도 중심부는 여전히 묽고, 겉은 익었지만 윗면은 거의 색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팬에 따라 굽는 속도, 수분 손실, 색의 농도, 내부 익힘까지 모든 요소가 달라지기 때문에, 레시피의 ‘시간과 온도’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팬과 오븐의 환경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시작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레시피를 완벽하게 따라도 실패하는 건 ‘팬이 다르면 베이킹 결과도 다르기 때문’이며, 이걸 이해하고 나면 앞으로의 베이킹에서 실패 확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팬의 조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레시피의 온도·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줄 아는 감각이야말로
진짜 실력자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팬 하나의 차이가 전체 결과를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베이킹은 정량과 정시를 기본으로 하지만, 결국 ‘어떻게 열이 재료에 전달되는가’가 결과를 만듭니다. 팬은 그 열의 흐름을 직접 바꾸는 매개체이며, 색상, 재질, 코팅, 두께, 높이가 모두 각각의 변수로 작용합니다. ‘베이킹 인포랩’은 동일한 반죽 조건에서 팬만 바꿔 굽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결과물이 얼마나 다르게 나올 수 있는지를 수차례 확인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가장 분명히 느낀 건, 반죽보다 팬이 결과를 더 크게 바꿔놓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다음에 베이킹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다면, 반죽 탓만 하지 말고 팬의 색과 재질, 혹은 오래된 팬의 상태까지 한 번 점검해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작은 도구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베이킹의 실패를 막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