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죽인데 색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 오븐 안 위치 때문일까요?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스물두 번째 편입니다.
같은 반죽을 팬에 나눠 담아 오븐에 넣고 구웠는데, 꺼내보면 팬마다 색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건 예쁘게 갈색이고, 어떤 건 연하게 구워졌거나, 속은 덜 익고 겉만 탄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똑같은 레시피와 시간으로 구웠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오늘은 반죽은 동일한데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를 오븐 안 ‘위치’와 ‘팬 조건’ 중심으로 정리해봅니다.
오븐 안의 열은 생각보다 고르게 퍼지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븐에 예열만 잘 하면 내부 온도는 균일하게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븐의 구조상 윗불과 아랫불의 위치, 열선의 세기, 대류 방식에 따라 같은 온도로 설정해도 내부의 위치마다 체감 온도는 달라집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동일 반죽을 네 개의 머핀 틀에 담아 오븐의 각 모서리 위치에 배치해 구웠습니다. 외관상으론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오른쪽 뒤편에 놓인 머핀은 가장 진한 갈색으로 익었고, 왼쪽 앞편은 색이 연하고 윗면이 덜 부풀었습니다. 이는 오븐 내부의 열이 완전히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단순히 설정 온도와 시간만으로는 동일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오븐 내 선반 위치에 따라 열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집니다
보통 오븐 가운데 선반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위아래 위치에 따라 열이 반죽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릅니다. 위쪽 선반은 윗불과 가까워 겉면이 빠르게 익고 내부는 덜 익기 쉬우며, 아래 선반은 바닥 열이 먼저 닿아 바닥면이 과하게 익고 윗면은 늦게 익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반죽이라도 굽는 위치에 따라 색상, 부피, 식감이 모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험에서는 같은 파운드 반죽을 각각 위, 중간, 아래 선반에 놓고 동일한 온도에서 구웠습니다. 중단에 놓은 경우 윗면과 바닥이 고르게 익고 색도 일정했지만, 윗단에 놓은 팬은 윗면이 너무 빨리 굳어 중심이 갈라졌고, 아랫단에 놓은 반죽은 바닥이 어두운 갈색으로 과하게 익고 윗면은 연하게 남았습니다. 특히 윗단에서 구운 반죽은 중심까지 열이 전달되기 전 윗면이 막히면서 안쪽에 수분이 남아 조직이 질어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아랫단에서는 구운 시간에 비해 윗면이 덜 부풀어 전체적으로 낮고 촉촉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오븐 내 선반 위치는 단순히 높낮이의 문제가 아니라, 열의 유입 순서와 구조적 익힘 흐름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팬을 어디에 어떻게 두느냐도 결과를 바꿉니다
팬을 오븐에 넣을 때 정확한 중심에 위치시키지 않거나, 여러 개의 팬을 너무 가까이 붙여 놓으면 열의 흐름이 막혀 일부 반죽은 과하게 익고, 일부는 충분히 익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팬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해당 방향에서 열이 먼저 집중되며,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열 전달이 느려집니다. 특히 가정용 소형 오븐은 열 순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팬의 위치에 따라 색상뿐 아니라 부풀기, 익힘 속도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이킹 인포랩’의 비교 테스트에서는 동일한 머핀 반죽을 한 팬에는 오븐 정중앙에, 다른 팬은 약간 왼쪽 앞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해 구웠습니다. 정중앙에 놓인 팬은 윗면이 균형 잡힌 갈색으로 구워졌고, 전체 높이도 고르게 부풀었지만, 치우친 팬은 오른쪽 가장자리 머핀만 진하게 익고 왼쪽 머핀은 연하게 남았으며 일부는 살짝 찌그러졌습니다. 또 한 가지는 팬을 앞뒤로 너무 붙여 놓는 경우인데, 이럴 때 열 순환이 차단돼 윗면이 들쭉날쭉하거나 내부에 남은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촉촉함이 아닌 ‘찐득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팬을 하나만 쓸 수 없다면, 팬 사이 간격을 충분히 두고 전체 팬 위치가 오븐 중심선을 기준으로 대칭이 되도록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팬 위치 설정은 겉보기보다 훨씬 결정적인 변수이며, 이것 하나만 바꿔도 베이킹 결과의 일관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팬 재질과 색상도 열 반응을 다르게 만듭니다
같은 반죽을 사용했어도 팬의 재질이나 색에 따라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굽는 색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어두운 금속 팬은 열을 빨리 흡수해 굽는 속도가 빠르고, 색도 더 진하게 나오며, 반대로 유리 팬이나 실리콘 팬은 열 전도율이 낮아 익는 속도가 느려 전체적으로 색이 연하게 나옵니다.
동일한 반죽을 흰 유리 팬, 검은 금속 팬, 실리콘 팬에 나눠 구웠을 때, 검은 금속 팬이 가장 빠르게 갈색을 냈고, 유리 팬은 늦게 익으며 연한 색을 보였습니다. 실리콘 팬은 가장 늦게 익고, 전체적으로 흐릿한 색이 나타났습니다. 같은 반죽으로 고른 색을 내고 싶다면 팬 재질을 통일하거나, 어두운 팬을 쓸 경우 온도를 약간 낮추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오븐을 여는 타이밍과 회전 여부도 영향을 줍니다
팬을 돌려서 색을 고르게 하고 싶을 때 오븐 문을 여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오히려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고 열의 흐름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베이킹 초반에 문을 열면 급격한 온도 변화로 반죽이 수축하거나 중심이 가라앉기도 하고, 회전 과정에서 팬의 위치가 달라져 오히려 색의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머핀을 굽는 도중 10분 후 팬을 돌렸을 때, 색은 상대적으로 고르게 나왔지만 일부 머핀은 중심이 가라앉거나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변형되었습니다. 문을 열지 않고 그대로 구운 그룹은 색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형태와 조직은 더 안정적이었습니다. 굽기 중 문을 열지 않고, 처음부터 팬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굽기 색 차이도 결국은 흐름의 일부입니다
처음 베이킹을 시작하면 같은 반죽인데 색이 달라지면 실패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굽는 환경과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는 달라지며, 이건 실패가 아니라 제어 가능한 흐름입니다. 열의 방향, 팬의 위치, 재질, 오븐 내부 습도 등은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변수이고, 이를 조정해가며 기록하고 흐름을 익히는 것이 오히려 실력입니다.
색이 다르게 나왔다면, 그것이 왜 그런지를 한 번 기록해보세요. 오븐은 하나지만 조건은 무한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베이킹의 진짜 시작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