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케이크 윗면이 갈라지는 현상, 실패일까 성공일까?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스무 번째 편입니다.
파운드케이크를 구웠을 때 윗면이 길게 갈라지는 현상, 보기엔 실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터지게 구워야 제맛이라는 말도 있고, 잘못 구우면 갈라진다는 말도 있죠. 이번 글에서는 이 현상이 왜 생기는지, 그것이 실패인지 성공인지 실험을 통해 분석하고, 파운드케이크 특유의 표면 반응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흐름을 보겠습니다.
파운드케이크의 윗면이 갈라지는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파운드케이크는 속이 밀도 있게 차 있는 반죽을 오븐에서 굽는 베이킹 품목입니다. 반죽이 무겁고 수분이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 증기와 열이 천천히 빠져나오며 천장을 밀어 올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윗면이 갈라지는 것입니다. 사실상 이 갈라짐은 파운드케이크가 오븐 안에서 잘 부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는 같은 반죽을 두 가지 방식으로 구워 비교했습니다. 하나는 표면을 그냥 두고 굽고, 하나는 반죽 윗면을 미리 칼집을 내고 구웠습니다. 그 결과 칼집을 내지 않은 케이크는 표면이 자의적으로 터졌고, 칼집을 넣은 케이크는 일정한 갈라짐을 만들며 더 고르게 부풀었습니다. 결국 윗면이 갈라지는 건 ‘문제가 생긴 결과’가 아니라, 내부 팽창의 방향을 조절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윗면 갈라짐은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파운드케이크의 전형입니다
베이킹에서는 윗면이 갈라지면 실패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핀, 쿠키, 카스텔라 등에서는 갈라짐이 균열로 작용해 외관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운드케이크는 오히려 윗면이 갈라졌을 때 중심까지 열이 잘 전달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밀도 높은 반죽은 중앙까지 익히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동안 겉면이 먼저 굳기 시작하면서 내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수분과 공기가 윗면을 뚫고 나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갈라진 부분을 보면 주변보다 더 진한 색을 띠고, 오븐 내에서 가장 높은 열을 받은 흔적이 남습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도 반죽을 너무 빽빽하게 채워 넣거나, 온도를 낮게 설정해 천천히 굽는 경우에는 갈라짐이 생기지 않았지만 그 대신 중심이 덜 익거나, 오히려 표면이 쳐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파운드케이크에 한해서는 갈라짐이 오히려 ‘익었음’의 시각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버터 상태와 반죽 밀도가 윗면 구조를 좌우합니다
파운드케이크는 크림화법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버터의 상태가 반죽 전체의 기공 구조에 영향을 줍니다. 버터가 너무 차갑거나 덜 풀린 상태로 섞이면 반죽이 고르게 섞이지 않아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구울 때도 균일하게 열이 전달되지 않아 갈라짐이 불규칙하게 나타납니다.
반대로 실온에 충분히 둔 말랑한 상태의 버터를 사용해 설탕과 함께 충분히 공기를 머금도록 섞으면 반죽의 밀도가 균일해져 굽는 중에 갈라짐이 자연스럽고 안정되게 형성됩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는 동일한 재료로 반죽하되 버터 상태만 다르게 조정한 결과, 차가운 버터로 만든 반죽은 겉면이 거칠고 균열이 삐뚤게 형성되었고, 실온 버터를 사용한 경우에는 중심이 높게 솟으며 균형 잡힌 갈라짐이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갈라짐이 단지 오븐 온도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 반죽을 만들 때부터 이미 그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븐 온도와 굽는 위치에 따라 갈라짐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파운드케이크는 오븐에서 구울 때 윗면의 갈라짐이 어느 정도, 어떤 방향으로 발생하느냐에 따라 전체 완성도의 인상이 달라집니다. 표면이 매끄럽게 남는다면 부풀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갈라짐이 너무 과하면 익지 않은 느낌이나 실패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균형을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오븐 안의 위치’와 ‘열의 방향’입니다. 일반적으로 오븐 윗불이 강한 조건에서는 케이크 표면이 먼저 빠르게 익어 단단하게 굳고, 그 아래에서 점점 올라오는 수증기와 열 압력이 표면을 밀어올리며 자연스럽게 갈라짐이 생깁니다. 반대로 오븐의 아래쪽에서 굽거나, 열이 약하게 닿는 위치에 놓을 경우 표면이 익기 전에 내부가 익어 중심이 먼저 솟지 못하고, 그 결과 윗면이 매끄럽게 굳어버리며 갈라짐이 거의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베이킹 인포랩’ 실험에서는 170도 예열 후 오븐의 아래 단, 중단, 위 단에서 각각 파운드케이크를 구운 결과, 중단에 놓고 구운 경우가 가장 이상적인 모양의 갈라짐을 보였습니다. 위 단에서는 윗면이 급격하게 갈색으로 익어 얕고 넓게 갈라졌으며, 전체적인 부풀기는 낮았고, 아래 단에서는 중심까지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겉은 덜 갈라지고 오히려 수축되는 듯한 모양이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팬의 크기나 재질에 따라도 열이 전달되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금속 팬은 열 전도율이 높아 바닥이 먼저 익는 반면, 두꺼운 유리 팬은 중심까지 익는 데 시간이 걸려 윗면이 과하게 터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파운드케이크를 굽는 동안 문을 자주 열거나, 팬을 돌리는 등의 행위는 오히려 표면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오븐의 중단 위치에서, 윗불은 강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조건에서 구웠을 때 표면이 안정적으로 갈라지며 내부도 고르게 익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칼집을 미리 내는 방법으로 갈라짐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전문 제과에서는 파운드케이크를 오븐에 넣기 전, 반죽 표면에 날카로운 칼로 길게 칼집을 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반죽이 어디로 열리고 부풀어야 할지 방향을 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칼집 유무, 깊이, 위치를 달리해 실험해본 결과, 중심부에 0.5cm 깊이의 칼집을 일자로 넣었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표면이 갈라졌으며, 얕은 칼집이나 중심이 아닌 측면에 넣었을 경우에는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거나 갈라지지 않고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칼집을 내는 도구도 중요합니다. 칼날이 두껍거나 날이 무딘 경우 반죽이 눌려버려서 내부 공기가 빠지고 결과적으로 부피가 작아집니다. 날카로운 칼이나 면도칼, 또는 깍지형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긋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칼집은 표면의 터짐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사전 설정이며, 이 과정을 거치면 같은 반죽, 같은 오븐에서도 결과가 훨씬 예측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