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인포랩

기름지고 끈적한 마들렌, 레시피대로 했는데 왜 실패할까요?

pokhari 2025. 6. 28. 11:57

이 글은 ‘베이킹 인포랩’ 시리즈 열두 번째 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마들렌을 만들 때 자주 발생하는 실패 중 하나인 기름지고 끈적한 결과물의 원인에 대해 실험과 분석을 통해 접근합니다.

 

마들렌, 왜 기름이 돌고 끈적하게 될까?

마들렌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이상적인 식감을 가질 때 가장 맛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실패가 자주 일어나는 품목이기도 합니다. 특히 자주 겪는 문제가 표면에 기름이 배어나오고 내부는 축축하고 끈적거리는 마들렌이 되는 것입니다. 분명히 계량은 정확히 했고, 레시피도 그대로 따라 했다고 생각하지만, 구워진 결과물은 기름이 묻어나고 손으로 들었을 때 미끄럽기까지 합니다. 냉장 보관 후에는 겉면이 딱딱하게 굳고 안은 눅진한 상태가 되어버리죠.

이 현상의 핵심 원인은 대부분 버터의 사용 방식과 유화 과정의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마들렌은 ‘녹인 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버터를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섞느냐가 반죽의 균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단순히 양을 지켰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버터가 반죽과 어떻게 어우러졌는지가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가 됩니다.

 

기름진 마들렌

 

버터의 온도와 유화 과정이 식감을 바꾼다

녹인 버터는 마들렌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민감한 재료입니다. 보통 마들렌 반죽에는 버터를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든 후, 계란과 설탕을 섞은 혼합물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때 버터의 온도는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만약 버터가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계란 혼합물에 들어가면, 혼합 과정에서 미세하게나마 계란이 익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계란 단백질이 조기에 응고되면서 혼합이 고르지 않게 되고, 반죽 내에서 기포 형성이 불균형하게 진행됩니다. 표면적으로는 버터와 계란이 섞인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서는 이미 지방과 수분, 단백질이 각자 따로 움직이는 유상 분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은 굽는 동안 기포가 고르게 팽창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마들렌의 중심이 꺼지거나, 겉은 기름지고 속은 끈적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버터가 너무 식어서 차가운 상태로 반죽에 들어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이 경우 버터가 다시 굳기 시작하며 반죽 안에 균일하게 퍼지지 않고 작은 지방 덩어리로 뭉치게 됩니다. 겉으로는 혼합이 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굽는 도중 특정 부분만 지방이 집중되며 부풀지 않거나, 마들렌 바닥에서 기름이 배어나오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화가 실패하면 결국 반죽 내에 버터가 머무를 자리를 잃고 움직이게 됩니다. 이 움직임은 굽는 동안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기름이 번들거리고 끈적거리는 마들렌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특히 마들렌처럼 재료가 단순한 베이킹일수록 이런 유화 실패는 그대로 결과물에 드러납니다. 버터의 양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보다, 어떤 상태로 얼마나 부드럽게 섞였는지를 세심하게 점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같은 재료, 다른 결과

‘베이킹 인포랩’에서는 마들렌 반죽에 사용되는 버터의 온도만 다르게 설정하여 같은 레시피로 세 가지 마들렌을 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끓인 직후 뜨거운 상태의 버터, 두 번째는 손등에 닿았을 때 미지근한 정도로 식힌 버터, 세 번째는 실온에서 약간 굳기 시작한 차가운 버터를 사용했습니다.

뜨거운 상태의 버터를 사용한 경우, 계란 혼합물과 만나는 순간 미세하게 하얀 덩어리가 떠오르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유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계란 단백질이 익기 시작한 것으로, 유상 분리가 눈에 띄는 지점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반죽 전체는 겉으로는 섞인 듯 보였지만, 팬에 담는 과정에서 무게감이 느껴졌고, 흐름도 끊기는 느낌이 났습니다. 구운 결과물은 표면에 유분 얼룩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고, 바닥에는 기름기가 모여 있었습니다. 손에 들면 미끄럽고 무게감이 있었으며, 표면은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갈라졌습니다.

반면 두 번째 실험은 버터와 계란 혼합물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섞였고, 반죽의 점도도 일정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섞는 과정에서 거품이 부드럽게 유지되었고, 팬에 담았을 때 흘러내리는 속도도 균일했습니다. 구운 마들렌은 표면에 윤기가 도는 수준의 매끄러움이 있었고, 바닥에는 기름이 새어 나오지 않았으며, 내부 조직도 고르게 잘 익어 있었습니다. 특히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폭신하면서도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는 식감이 유지되어, 가장 안정적인 결과물이었습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버터가 반죽에 잘 섞이지 않아 섞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이로 인해 반죽이 과도하게 혼합되었고, 결과적으로 기포가 거의 없는 치밀한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굽는 동안 부풀기는 했지만 윗면이 불규칙하게 솟아올랐고, 가장자리는 딱딱하게 굳으며 가운데는 약간 덜 익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촉촉함이 부족했고, 표면에 유분이 일부 분리되어 잔잔하게 올라온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동일한 재료와 계량이더라도 버터의 상태에 따라 반죽의 유화 정도, 기포의 형성, 그리고 오븐 내 구조 유지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마들렌이 기름지고 끈적하게 되는 이유는, 재료보다 반죽을 구성하는 방식과 그 온도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를 피하려면 과정이 핵심이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요소는 버터의 온도입니다.
녹인 버터는 손등에 닿았을 때 미지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식힌 상태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 온도에서 섞으면 계란 혼합물과 자연스럽게 유화되며, 반죽 내에 지방이 고르게 분포하게 됩니다. 반면,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섞으면 계란이 익거나 층이 생기고, 너무 차가우면 덩어리져 반죽이 뭉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결국 마들렌의 기름짐과 끈적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버터를 섞을 때는 반드시 서너 번에 나누어 천천히 부어가며 섞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번에 부어버리면 온도 차이로 인해 분리가 심해지고, 반죽 내 혼합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반죽을 팬에 붓고 난 후에는 지체 없이 오븐에 바로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온에 오래 두면 반죽 내 지방이 가라앉고, 굽는 도중 기름이 새어나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팬에 반죽을 부을 때는 양도 신경 써야 합니다. 너무 많이 붓는 경우 팽창 여유가 없어지고, 내부까지 고르게 익지 않아 바닥에 기름이 고이거나 끈적임이 생깁니다. 보통 팬의 80% 정도까지만 채우는 것이 안정적인 굽기에 적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븐 예열은 반드시 충분히 해야 합니다. 예열이 부족한 상태에서 반죽을 넣으면 표면이 익지 않은 채 내부 온도만 먼저 올라가 버터가 유출되고, 표면은 기름지고 속은 퍽퍽한 마들렌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예열은 최소 10분 이상, 180도 기준을 기준으로 충분히 시간을 확보해 주세요.

 

레시피를 따랐는데도 실패하는 진짜 이유

많은 사람들이 마들렌 실패를 재료의 양이나 오븐 온도의 탓으로 돌리곤 하지만, 실제로는 과정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순한 레시피일수록 작은 실수가 크게 작용하게 되며, 마들렌처럼 구조가 간단한 제품일수록 그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납니다. 이번 글에서 다룬 것처럼, 기름지고 끈적한 마들렌은 버터의 양보다는 유화 실패와 섞는 방식, 굽기 전 상태에 의한 결과가 더 많습니다.

앞으로 마들렌을 만들 때는 단순히 정확한 계량만을 신경 쓰지 말고, 재료의 상태와 섞는 흐름, 굽기 직전의 타이밍까지 함께 관리해보세요. 그 과정 속에서 비로소 겉은 매끄럽고 속은 부드러운, 기대한 그대로의 마들렌을 만나게 되실 겁니다.